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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쾌거, K‑뮤지컬의 새로운 역사

by fruta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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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9일, K‑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서울 대학로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하며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창작되고 초연된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K-뮤지컬의 세계적 위상을 확고히 한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토니상 6관왕의 영광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번 토니상에서 최다 6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수상 부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뮤지컬 신작상 (Best Musical) - 최고 영예의 작품상
  • 남우주연상 – 대런 크리스(Darren Criss)
  • 연출상 – 마이클 아덴(Michael Arden)
  • 극본상 – 박천휴, 윌 애런슨
  • 음악상 (작사·작곡상) – 박천휴, 윌 애런슨
  • 무대디자인상 – 데인 래프리(Dane Laffrey), 조지 리브(George Reeve)

특히 박천휴 작가의 수상은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을 받은 작가라는 기록을 세웠고, 이는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대학로에서 브로드웨이까지

'어쩌면 해피엔딩'의 역사는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재단은 작품이 아닌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지원을 통해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윌휴 콤비'를 육성했습니다. 2015년 시범 공연을 거쳐 2016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후, 이후 지속적인 완성도 향상을 통해 브로드웨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지요

 

작품은 시즌을 거듭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2020년 세번째 시즌부터 CJ ENM이 제작을 맡아 무대, 영상 소품 등 시각적 완성도를 대폭 향상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 노력이 결국 브로드웨이 성공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2024년 11월 12일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2026년 1월 17일까지 공연을 연장 확장하게 되었고, 1,0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오픈런(무기한 상연) 형태로 공연되고 있으며, 2026년 북미 투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매력과 의미

스토리와 캐릭터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올리버는 서울의 한 원룸 아파트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식물을 키우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구형 로봇입니다. 어느 날 이웃 로봇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리러 오면서 시작되는 두 로봇의 만남은 우정, 모험, 그리고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작품의 핵심은 로봇이라는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탐구한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로봇들의 로맨스 코미디지만, 실제로는 인간적 연결의 변화무쌍한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음악적 특징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창작한 이 작품은 빈티지한 재즈 사운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영국 록밴드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의 솔로곡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작가는 밝혔는데요. 로봇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창작진·출연진 소개

창작진 소개

박천휴 작가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절반의 인생을 보낸 중간자적 위치에서 양국 관객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 입니다. 2008년 뉴욕대에서 만난 윌 애런슨과 함께 '번지점프를 하다'(2012), '일 테노레'(2023), '고스트 베이커리'(2024) 등 다수의 작품을 공동 창작해 왔습니다.

윌 애런슨은 미국의 연극 뮤지컬 작곡가로, 박천휴 작가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한국 뮤지컬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아덴 연출가는 2023년 뮤지컬 ‘퍼레이드’로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브로드웨이의 검증된 연출가 입니다. 그의 연출력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성공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주요 출연진

대런 크리스는 미국 드라마 '글리(Glee)'로 유명한 배우로, 올리버 역을 맡아 첫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공동 주연 헬렌 J 셴에 대해 "브로드웨이 데뷔작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 놀랍다. 이곳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며 극찬했습니다.

헬렌 J 셴은 2000년생의 신예 배우로 클레어 역을 맡았습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며 주목받는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역사적 의미

한국에서 창작되고 초연된 뮤지컬이 토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위대한 개츠비’가 토니상 의상디자인상을 받았지만 이 작품의 초연이 미국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순수 한국 창작 뮤지컬로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최초의 쾌거를 이룬 셈입니다. 이는 그동안 한국 뮤지컬이 주로 라이선스 작품에 의존하고, 창작 뮤지컬이 영미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온 상황에서 이룬 역사적 성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수상은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등과 함께 K-컬처의 저변 확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한국이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EGOT)을 모두 석권한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토니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입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NHN링크가 제작을 맡아 토니상 수상작의 위상에 걸맞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성공 사례는 국내 창작 뮤지컬 제작 환경의 개선 필요성도 시사합니다. 창작자들이 데뷔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 조성, 그리고 실패 이후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으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이 제2, 제3의 K-뮤지컬 걸작 탄생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무리하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은 단순한 수상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작품이 브로드웨이 최고상을 받기까지의 여정은 한국 창작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완성도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탐구한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보편적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제 진짜 '해피엔딩'을 맞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K‑뮤지컬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 사절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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