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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언론의 책임을 묻는 시선 "스포트라이트" (진실, 권력, 시스템)

by fruta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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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영화 포스터
("스포트라이트" 영화 포스터)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탐사보도 영화로, 2002년 미국 보스턴 글로브 신문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밝혀낸 가톨릭 교회 내 아동 성추행 사건과 그 조직적인 은폐 과정을 다룹니다. 이 영화는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어떤 대가를 수반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지금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진실’, ‘권력’, ‘시스템’이라는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영화가 왜 시대를 초월한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진실: 말하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사이

스포트라이트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출발합니다. 2001년부터 보스턴 글로브가 수개월 간 추적해 밝혀낸 가톨릭 사제들의 조직적 성추행, 그리고 이를 오랜 시간 덮어온 교회 시스템. 영화는 특정 개인의 영웅서사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팀’으로 움직이는 기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우리는 왜 이제야 이걸 파헤치기 시작했는가”라는 자책으로 이야기를 엽니다. 진실은 단순히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발견됩니다. 취재의 시작은 불분명했고, 증거는 희박했으며, 피해자들의 입은 무겁고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꺼져가던 불씨를 놓지 않았고, 결국 진실을 하나씩 모아갑니다. 놀라운 점은, 이 진실이 사실 오래전부터 주변에 있었고, 사회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그건 권력의 방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이 외면하고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 뼈아픕니다. 2025년을 사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무엇이 진실인가?”보다는 “그 진실을 정말 알고 싶은가?”를 말입니다.

권력: 침묵하게 만드는 손길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알면서도 덮은 구조’입니다. 사제들은 수십 년에 걸쳐 수백 명의 아동을 성추행했고, 그 사실을 교구청은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교회뿐만이 아닙니다. 변호사는 사건을 덮었고, 경찰은 눈을 감았으며, 언론조차 이전에는 기사를 내고도 깊이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취재를 하며 끊임없이 마주합니다. 권력자들이 던지는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 도움을 요청하는 척하며 정보를 통제하는 전략, 그리고 “너무 깊게 파지 마라”는 같은 업계 사람들의 경계.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기자들이 단서를 놓친 이유가 ‘그 당시 바빴기 때문’이라는 고백입니다. 어떤 진실은 외부 권력에 의해 묻히기도 하지만, 더 자주, 내부의 무관심과 침묵으로 사라집니다. 그 권력은 거대 기관만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책임 회피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권력은 사람을 억누르기도 하지만, 사람이 침묵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 그래서 진실은 항상 누군가의 용기와 마주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진실을 묻히게 만드는 일상

스포트라이트는 전형적인 드라마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음악도 절제되어 있고, 편집도 차분하며, 인물들의 감정도 폭발적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리듬은 마치 실제 뉴스룸처럼 냉정하고 건조합니다. 바로 이 점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단어는 조직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익숙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교회를 신뢰했고, 성직자는 좋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말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이 익숙한 시스템은 누구도 악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악을 방조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 구조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기존의 기사들을 되짚고, 은폐된 법률문서를 찾고, 피해자들을 설득해 증언하게 하며, 그 시스템에 균열을 냅니다. 이 과정은 눈부시지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입니다. 진실은 드라마틱하게 폭로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조각들이 모여 오랜 시간에 걸쳐 드러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끈질기게’ 흔드는 존재가 바로 언론이어야 한다는 사실도요.

"스포트라이트"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 지금 이 순간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사건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책임을 묻는 영화입니다.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 보다, 누가 그것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누가 말하지 않았는가를 조용히 추궁합니다.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때 침묵하지 않는 것임을 이 영화는 끝까지 잊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그 침묵은 여전히 많은 진실을 가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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